춘래불사춘, 우리 건설산업에도 봄이 오길 기대한다.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3만 6624달러 시대를 맞이한 것은 제조업과 건설산업이 주춧돌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깊다. 최근 발생한 세종-포천 고속도로 공사 교량 붕괴 사고는 건설업계의 치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이번 사고는 무리한 공기 단축과 미숙한 감리, 안전관리 부재가 낳은 결과로 분석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동안 24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법 시행 이전 대비 사고 발생이 줄지 않아 실효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전문기술자는 영업이나 지시사항 검토와 현장점검 대비, 감리서류 작성 등에 시간을 소비하고 실제 현장은 기능공과 외국인 근로자가 맡고 있는 실정이다. 제도는 선진국형이지만 실상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어 제도적 불합리성을 개선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인력난 문제도 심각하다. 고용정보원은 2033년에 노동인력 82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기술자의 평균 연령은 51세를 넘었고 청년층은 열악한 현장 환경과 낮은 처우로 건설업을 외면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이를 채우고 있지만 소통과 숙련도의 문제로 품질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일본이나 싱가포르처럼 로봇과 AI 기술을 현장에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개선하는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올해까지 모든 공공사업에 BIM(3차원 디지털 설계)을 전면 적용하고 첨단기술의 현장 도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기능공의 처우를 개선하고 인력을 양성할 전문교육 과정도 늘려야 할 것이다. 이는 건설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는 발판이다.

대전 역시 변화의 중심에 있다. 트램 건설, 방위사업청 청사 건립, 나노·반도체 산단 조성, 대전조차장 지하화 등이 가시화되면서 지역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사통팔달 교통망을 통해 전국 접근성을 높이고 균형 발전을 촉진할 잠재력도 갖추고 있다. 균형 잡힌 지역 투자가 강화된다면 대전은 진정한 균형 발전의 모범 도시가 될 것이다.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혁신, 인력 중심의 투자와 변화가 필수적이다. 기술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안전한 작업 환경 마련이 동반돼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 근로자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건설인의 협력과 노력이 있다면 K-건설은 다시금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성장 동력으로 거듭날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건설인이 변화와 혁신의 주역으로 앞장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