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와 9·7 공급 확대 방안은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는 투트랙을 표방한다. 표면적으로는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로 균형을 맞추겠다는 구상이지만, 실제 설계와 작동의 무게 중심은 수도권에 실려 있다.

규제지역 확대, 주담대 한도 차등, 불법거래 단속 등 수요 규제는 전국에 촘촘히 깔리는 반면, 공급 확충은 공공택지·정비사업·역세권 고밀 같은 수도권형 레시피가 중심이다. 결과적으로 수도권 과열을 누르면서도 투자 기대는 다시 수도권 핵심축으로 빨아들이고, 지방에는 거래 위축과 자금 경색만 남을 위험이 크다.

문제의 핵심은 타이밍과 분포가 지방의 현실과 어긋난다는 점이다. 9·7 이후 재가열 조짐을 보인 곳은 극히 제한된 수도권 ‘핫스폿’인데, 10·15의 강한 신용 규제와 지정 확대는 수요가 얇고 미분양·공가가 누적된 지방에도 동일 강도로 적용된다. 지방의 중소 시행·건설사는 조달 비용이 이미 높은데 레버리지 제동은 착공 이전 초기 금융을 한층 어렵게 만든다. 반면 공급 처방은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역세권·공공청사 복합, 신축매입임대 등 수도권에서 즉시 효력이 나는 메뉴가 다수다. 이 비대칭은 수도권의 기대를 다시 끌어올리고, 지방의 정상 거래 복원은 더 멀어진다.

수도권과 지방의 해법은 달라야 한다. 수도권은 주담대·DSR의 핀셋 보완으로 기대 상승을 누그러뜨리고, 공공택지·도심 고밀을 GTX·BRT와 결합해 ‘출퇴근 시간 단축형 주택’으로 개편하되, 전세 방어벽은 한강 벨트·3기 신도시·GTX 축에 신축매입임대·중형 공공임대·BTR을 집중 배치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공가의 하방을 공공 매입·리모델링으로 먼저 떠받치고, 산단·대학·의료클러스터 인접지에 청년·신혼 특화형 공공분양+장기전세 직주근접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정상 거래 회복을 위해 지방 실수요자에는 한시적 LTV·취득세 감면을 허용하되, 과열 신호가 감지되면 자동 종료하는 킬 스위치를 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현장 중심의 속도전이 아니라 ‘비대칭 조정’이다.

첫째, 인허가와 규제 운용을 지방 우선으로 전환한다. 원스톱·기한제 적용 순서를 지방부터 앞당겨 착공까지의 시간을 6~12개월 선제 단축하고, 실거래·전세가·공급 단계 데이터를 월별 공개하며 규제지역 지정·해제에 미분양·공가·거래량 급감 등 지방 완화 트리거를 별도로 넣는다.

둘째, 지방 사업장의 금융·가격 안전망을 강화한다. 추진위·조합 초기자금 프로그램을 표준화하되 지방 소규모 사업에는 보증·이차 보전을 의무화하고, 분양가 심사 예측가능성과 공사비 변동 연동 정산을 지방에서 먼저 확대해 중소사업 리스크를 흡수한다.

셋째, 공급·정주 패키지를 지방 가중으로 재배치한다. 신축매입임대·중형 공공임대·BTR 등 임대 재고는 ‘공가율·미분양률·순유출 인구’ 지표에 따라 지방 비중을 높이고, TOD는 광역 BRT로 산단·대학·의료클러스터와 연결될 때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부여하며, 생활 SOC 선투입을 지방 중규모 정비지구에 의무화한다.

그동안 주택정책의 실효성을 반면교사 삼아 고육지책의 처방식 정책이 되지 않도록 정책의 기본 방향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분명히 하되, 수도권·지방의 구조적 차이를 규제·재정·데이터 배분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신뢰의 출발점이다.

‘정책은 타이밍과 분포의 예술’이다. 10·15의 브레이크와 9·7의 액셀이 일관된 룰로 연결되더라도 분포가 수도권에 치우치면 시장은 다시 쏠리고 지방은 더 식는다. 핵심 성과지표는 ‘착공까지의 시간’이되, 지방에서 먼저 줄어드는가가 진짜 시험대다. 더 센 규제만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내년 지방선거의 ‘정치의 시간’이 아니라 지역 격차를 줄이는 ‘정책의 시간’이 돼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비대칭 완화 장치를 지금 설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