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년 만에 공공기관 2차 이전을 국정과제로 공식화하면서 수도권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지방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비수도권이 들썩이고 있다. 대전·충남은 어렵사리 혁신도시 대열에 합류했지만 정작 이전 성과는 전무하다. 지정만 있고 실적은 없다는 ‘충청 홀대론’이 재연되고, 기관의 탈(脫) 충청현상으로 지역민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커졌다. 혁신도시가 균형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임에도 대전·충남에서는 제도와 현실의 간극만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과 행정기관의 온도차를 좁힐 협의 구조가 필요하다. 정치권은 지역 여론을 대변해 공공기관 이전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지역 발전의 돌파구이자 표심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반면 행정기관은 이전 비용, 조직 저항, 기능 유지 문제를 앞세워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명분에는 공감하면서도 집행 단계에서 효율성과 예산 타당성을 따지다 보니 속도가 늦춰지는 것이다. 이 간극이 벌어질수록 지역민의 불신은 깊어진다. 광역·기초 지자체, 중앙정부, 지역 정치권, 민간·학계가 함께하는 상설 협의체를 가동해 기관별 이전 타당성, 비용·편익, 추진 일정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조정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혁신도시 지정 후속 조치가 전무하다는 비판도 거세다. 대응 전략은 총량식 요구를 넘어 맞춤형 유치로 전환해야 한다. 대전은 연구개발과 ICT 기반이, 충남은 산업·에너지 인프라가 강점이다. 두 지역의 특성과 연계되는 기관을 선별적으로 이전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나아가 이전만이 답은 아니다. 민간기업·대학·연구소와 연계한 혁신 클러스터 전략을 병행해 이전기관이 지역에 뿌리내릴 생태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명분을 얻고 지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충청권이 공동 보고서를 마련하고, 국회와 정부에 초당적 협력 의지를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행정기관의 부담을 덜고 실효성을 높이는 절충안도 구체화해야 한다. 행정수도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본원을 유지하되 연구·교육·창업 기능을 지역에 집적하는 공동캠퍼스형 이전, 비대면 업무가 가능한 부서부터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원격·분산 사무소 모델 등은 비용을 줄이면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행정기관은 효율성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장기 국가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회·정부·지자체가 함께하는 상설 협의체에서 기관별 이전 타당성과 추진 일정을 투명하게 제시한다면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 지역 현안 문제는 협치로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전·충남 혁신도시는 단순한 지역 현안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의 시험대다. 정치권은 압박만이 아니라 해법을, 행정기관은 소극적 방어가 아니라 공감과 협력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선택과 집중으로 온도차를 줄이는 길은 시민 공감을 기반으로 한 공동 전략, 맞춤형 이전 로드맵, 단계적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더 멀리 갈 수 있음을 대전·충남 혁신도시가 스스로 입증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