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했다. 그동안 어수선했던 정치·사회 환경이 조속히 안정을 찾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절박한 것은 실효성 있는 경제정책의 복원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소비심리 위축, 물가 상승, 산업생산 둔화라는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0.2%를 기록하며 경기 하강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미중 갈등, 중동 리스크 등 불안요소가 중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는 경제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산업정책이다. 그 중에서도 지금 가장 절실한 산업은 건설산업이다. 건설 경기는 단순한 업종 경기를 넘어, 지역경제와 국가 전체 경기를 연결하는 중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건설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올해 3월까지 전국 건설기성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1% 감소했다.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설투자는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고, 지난 5월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업체는 214곳에 달한다. 건설 취업자 수도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건설업이 지역 고용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산업 침체가 아니라 지역경제 기반의 붕괴로 직결된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 대규모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책의 기획·투자·발주가 대부분 수도권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되고 있으며, 지역 중소업체는 하도급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의 건설 생태계는 만성적 피로와 투자 기피, 인력 유출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중앙-지방 간 차별화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건설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 건설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건설물량의 지방 분산과 맞춤형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미분양 해소를 위한 세제·금융 지원책, 주택정비사업 규제 완화, 지역 SOC 조기 집행 등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올해 추경 편성된 공공건설 사업도 즉각적인 집행이 필요하다.

둘째, ‘지방형 산업 육성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수도권 대형사 위주의 정책으로는 지방의 기술력과 기업 생존이 담보될 수 없다. 지역 대학·기술기관과 연계한 건설 인재 양성, 스마트 건설기술 실증단지 구축, 공공 발주제도의 지역 우선권 확대 등 지방 자생형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건설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스마트기술의 도입과 함께, 분절된 생산구조를 협력 중심으로 전환하고, 친시장적·친환경적 건설상품 개발을 확대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이 요구된다. 그 기반은 바로 지방이어야 한다. 수도권은 포화되고 있지만, 지방은 새로운 산업과 삶의 공간으로 전환 가능성이 열려 있다.

건설산업은 일자리와 기술, 주거와 삶의 질, 지역 균형과 국가 경쟁력을 동시에 떠받치는 국가 기반산업이다. 새 정부가 지방을 중심으로 한 건설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면, 건설산업은 경제 회복의 견인차이자 지방 활성화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충청투데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