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이 종료되고 대통령 선거일이 6월 3일로 확정됨에 따라 각 지자체는 지난 공약을 평가하고 새로운 정책 발굴에 분주하다.

특히 대전시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7대 공약(15개 정책과제)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성과는 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년 5개월간 윤 정부가 추진한 대전 공약 중 방위사업청 이전은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방사청 이전 절차를 빠르게 진행했고, 관련 예산을 확보해 일부 인력을 이미 대전으로 이전시켰다.

방사청 이전은 단순히 기관 이전을 넘어, 대전이 국가 방위산업의 전략적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반도체센터, 안산 첨단국방산단 등 주변 연구시설, 산단과 연계한 방위산업 클러스터 형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도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에 높은 만족감을 표하며 지속적인 추진, 완전한 정착을 위한 추가적 행정 지원과 정책적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방사청 이전 외 다른 공약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전교도소 이전은 문재인 정부부터 논의가 시작된 오랜 현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적극 지원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진척은 거의 없다. 특히 이전 예정지가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도 경제적 편익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현행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이 공공시설의 사회적 필요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에 지역사회에선 평가 기준 개선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공약인 혁신도시 공공기관 2차 이전도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대전은 2020년 혁신도시로 지정된 이후 5년 가까이 단 한 곳의 기관도 유치하지 못했다. 지역에서는 ‘무늬만 혁신도시’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또 철도 경부·호남선 도심 구간의 지하화 사업, 대전 77㎞ 순환 고속도로, 제2 대덕연구단지 조성 등도 여전히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지역은행 설립과 호국보훈 메모리얼파크 조성 같은 사업 역시 용역이나 초기 검토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공약들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정부 정책과 대선 공약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조기 대선을 맞아 대전시는 지역 공약들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책 주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초당적 상설 협의체 구성이 필수적이다. 이 협의체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현안에 대한 공약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도록 하는 이음장치가 필요하다. 시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공약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현재 대전은 새로운 도약의 기로에 놓여 있다. 민선 8기 가장 큰 이슈인 500만평+α 대전산단이 순항하도록 기업투자 정책이 병행해서 이뤄지고 2기 혁신도시와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기업들이 대전에 성황을 이룰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 대선 후보들은 과거 공약의 이행 여부와 한계를 철저히 분석하고, 지역 현실을 명확히 반영한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시민 기대에 부응하는 담대한 비전과 실천적 의지가 결합될 때, 대전은 진정한 의미의 혁신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